
2억 2천
빌라를 내놓은 지 거의 6개월이 됐다.
처음에는 2억 8천에 내놨고
그 다음에는 2억 7천
그 다음에는 2억 6천
그 다음에는 2억 5천
그리고 지금 가격은 2억 4천이었다.
2억 4천까지 내리면서 나는 생각했다.
‘이 정도면 팔리겠지.’
그런데 안 팔렸다.
문의는 있었지만
막상 보러 온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.
그러다 어느 날, 중개사에게 전화가 왔다.
“사장님, 오늘 집 보러 온다고 합니다.”
나는 순간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.
“진짜요?”
“네. 실거주라고 하네요.”
그날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안 잡혔다.
괜히 집 사진을 다시 보고
청소를 했어야 했나 생각하고
벽지 상태는 괜찮았나 생각하고
별 생각을 다 했다.
저녁에 아내에게 말했다.
“오늘 빌라 보러 온대.”
아내 표정이 순간 밝아졌다.
“진짜? 제발 좀 팔렸으면 좋겠다…”
그 말에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.
우리는 지금 ‘돈 벌어서 좋다’가 아니라
‘팔려서 살겠다’ 이 상태였다.
다음 날 전화
다음 날 오전, 중개사에게 전화가 왔다.
나는 회사였지만 바로 전화를 받았다.
“사장님, 집 보고 가셨는데요.”
“네…”
“집은 마음에 드신다고 하는데…”
나는 숨을 죽이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.
“가격을 좀 얘기하시네요.”
“…얼마요?”
잠깐 정적이 흐르고 중개사가 말했다.
“2억 2천 생각하신답니다.”
순간 아무 말도 못 했다.
2억 2천.
내가 샀던 가격 2억 8천
손해 6천
6천만 원.
나는 한참 동안 말을 못 했다.
중개사가 말했다.
“요즘 빌라 시장이 너무 안 좋아서… 솔직히 이 가격도 나쁜 가격은 아닙니다.”
나쁜 가격은 아니다.
그 말이 머리에 맴돌았다.
나쁜 가격은 아니다 = 좋은 가격은 아니다
나는 말했다.
“…생각 좀 해보고 연락드릴게요.”
전화를 끊고 나서
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.
회사 모니터를 보고 있었는데
아무것도 안 보였다.
머릿속에서는 숫자만 돌아가고 있었다.
-6,000만 원
집에서 계산
그날 밤, 아내에게 말했다.
“빌라 사겠다는 사람 있는데…”
아내가 바로 물었다.
“얼마?”
“…2억 2천.”
아내가 아무 말도 안 했다.
그리고 조용히 물었다.
“그럼 우리 얼마 손해야?”
“6천…”
아내가 계산기를 두드렸다.
“빌라 손해 6천
아파트는 그래도 좀 올랐지?”
“…조금.”
“그럼 그냥 팔고 정리하는 게 맞는 거 아니야?”
나는 바로 대답을 못 했다.
아내가 말했다.
“여보, 우리 요즘 맨날 불안하잖아.”
맞는 말이었다.
“빌라 들고 있으면 계속 불안하고
대출은 대출대로 있고
회사도 불안하고…”
아내가 조용히 말했다.
“그냥 손해 보고 끝내자. 우리 좀 편하게 살자.”
편하게 살자.
그 말 듣는데 갑자기 화가 났다.
“6천이 무슨 애 이름이야? 6천을 어떻게 그냥 날려!”
아내도 처음으로 크게 말했다.
“그럼 안 팔리면 어떡해! 더 떨어지면 어떡할 건데!”
“그래도 2억 2천은 너무 싸잖아!”
“그럼 당신이 2억 8천에 사줄 사람 데려와!”
그 말에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.
맞는 말이었다.
맞는 말이라서 더 화가 났다.
그날 밤
우리는 거실에 앉아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다.
TV도 안 켜고
핸드폰도 안 보고
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다.
아내가 먼저 말했다.
“여보.”
“…응.”
“우리 돈 잃은 거 맞지?”
“…맞지.”
“근데 아직 인생 망한 건 아니지?”
나는 그 말을 듣고 한참 생각했다.
그리고 말했다.
“…응. 아직 망한 건 아니야.”
아내가 말했다.
“그럼 선택하자.”
“뭘.”
“돈을 더 잃을지, 마음을 더 잃을지.”
나는 그 말을 듣고 아무 말도 못 했다.
진짜 그 말이 맞았다.
- 빌라 안 팔고 버틴다 → 돈 더 잃을 수도 있음 / 대신 손해 확정은 아님
- 빌라 판다 → 6천 손해 확정 / 대신 인생은 좀 편해짐
아내가 마지막으로 말했다.
“여보, 우리 투자하려고 집 산 거 아니잖아.”
나는 고개를 들었다.
아내가 말했다.
“우리 그냥 살려고 산 거잖아.”
그 말을 듣는데
진짜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.
맞았다.
돈 벌려고 산 게 아니라
살려고 산 거였다.
나는 한참 있다가 말했다.
“…내일 중개사한테 전화할게.”
아내가 물었다.
“팔게?”
나는 대답을 바로 못 했다.
그리고 말했다.
“…나도 아직 모르겠어.”
그날 밤, 나는 또 잠을 못 잤다.
그리고 계속 그 생각만 했다.
“지금 파는 게 맞는 선택일까.”
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.
진짜 질문은 그거였다.
“나는 손해를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냐.”
그게 내가 넘어야 하는 벽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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